삼성물산, 한남4구역 재개발서 경쟁 회피 위한 가짜뉴스 배포 및 사찰 의혹 ↑

입력 2024년10월23일 17시51분 권혜진 기자

삼성물산 ‘침묵’… 커지는 의혹과 조합원ㆍ업계 신뢰 위기



[아유경제=권혜진 기자]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사를 배제하며 공정한 입찰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와 같은 행태는 조합원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재개발사업의 공정한 경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불과 몇 개월 전 남영동업무지구 제2구역(남영동업무지구2구역ㆍ이하 남영2구역) 재개발에서도 유사한 사례로 논란이 된 바 있어, 이번 사건은 유관 업계에서 더욱 큰 파란을 예고한다.

지난 9월 열린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의 시공자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에서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이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먼저 홍보 요원에게 연락해 전화로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했으며, 용산구청으로부터 이 내용을 확인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조합의 지침에 따라 조합원들은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 궁금한 점을 문의하고 있으나, 두 회사의 대응 방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며 투명한 소통을 이어갔다. 반면, 삼성물산은 조합원의 문의를 외면하고, 조합의 지침마저도 무시하며 이를 `불법 홍보`로 우기며, 조합원의 문의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삼성물산의 태도는 경쟁사보다 약점이 많으므로 조합원들의 문의를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게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때 주택 관련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말까지 나왔듯, 도시정비사업 실적이나 브랜드 파워에서 뒤처진 삼성물산이 이러한 격차를 숨기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삼성물산이 경쟁사인 현대건설을 배제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이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삼성물산이 허위 정보를 퍼뜨려 현대건설의 입찰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현대건설을 배제한 뒤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따내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이 남영2구역에서 현대산업개발을 대상으로 유사한 전략을 사용했다는 점도 이러한 의혹에 힘을 실어준다. 당시 삼성물산은 현대산업개발이 조합 지침을 무시하고 개별 홍보를 이어갔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해 경쟁사를 배제한 후,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수주했다.

이미 선례가 있었던 만큼, 한남4구역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사용되는 것 같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피하고 수의계약을 노리는 것은 사업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유관 업계 한쪽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조합원들의 공정한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 전문가는 "가짜뉴스가 퍼질 경우, 조합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사업의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했다. 그는 이어서 "이런 행위는 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업 진행에도 장기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의 더욱 큰 문제는 허위 정보 유포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점이다. 조합원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입찰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가 이뤄졌다는 증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삼성물산이 조합원을 몰래 감시한 정황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들이 특정 조합원을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모습이 포착됐으며, 법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조합원 사찰은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로, 법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최근 현대건설과 관련된 왜곡된 정보가 유포된 사건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건설 홍보 요원과의 향응 제공 의혹을 제기하며 한 조합원의 사진이 기사화됐으나, 해당 조합원은 "사업 정보를 얻기 위해 홍보 직원을 불러 식사하며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악의적으로 기사가 나왔다"며 사실확인서를 조합에 제출했다.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이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처럼 사건을 부풀리려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에서 홍보 요원이 카카오톡 단체방에 잠입해 사찰을 시도하다가 내부 보고 내용이 실수로 유출되면서 망신을 당한 바 있으며, 부산광역시 시민공원주변2-1구역(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도시정비형ㆍ재개발)에서도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음해성 전략을 펼쳤다는 의혹에 휘말린 적이 있다. 삼성물산이 공정 경쟁을 피하고, 경쟁사를 음해하는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삼성물산의 이러한 행태는 과거 이재용 회장이 삼성그룹의 노조 불법 사찰 사건으로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한 사건을 무색하게 만든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윤리 경영을 약속했지만, 삼성물산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불법 사찰 행태는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경쟁을 피하고 불법적인 수단에 의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한다. 조합원들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삼성물산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삼성물산의 불법 행위가 반복되지 않았어야 한다"며, "가짜뉴스 배포 및 사찰 등을 통한 경쟁 회피 전략은 단기적으로 이득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삼성물산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적과 역량으로 평가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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